5, 다락방에서 급히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예수





(마가복음14장 12~24절)
‘무교절의 첫날 곧 유월절 양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여쭙되, 우리가 어디로 가서 선생님으로 유월절을 잡수시게 예비하기를 원하십니까? 하매, 
예수께서 제자 중에 둘을 보내시며 가라사대 성내로 들어가라 그리하면 물 한 동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을 만나리니 그를 따라가서 어디든지 그의 들어가는 그 집주인에게 이르되 선생님의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먹을 나의 객실이 어디 있느뇨 하시더라 하라.
그리하면 자리를 베풀고 예비 된 큰 다락방을 보이리니 거기서 우리를 위하여 예비하라 하신대, 제자들이 나가 성내로 들어가서 예수의 하시던 말씀대로 만나 유월절을 예비 하니라.
날이 저물매 그 열둘을 데리시고 와서 다 함께 앉아 먹을 때에 … 예수께서 떡을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가라사대 받으라, 이것이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사례하시고 저희에게 주시니 다 이를 마시매, 가라사대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서기30년 유월절 예비일이 시작되는 해질 무렵, 예수가 어느 다락방에 갔다는 이야기가 책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서기65~70년에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마가복음부터였다.
그리고 서기85~90년에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누가복음22장에도 동일한 내용이 있다.

유월절 양을 잡을 무교절일이 이른지라 예수께서 베드로와 요한을 보내시며 가라사대, 가서 우리를 위하여 유월절을 예비하라. 여쭙되 어디서 예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성내로 들어가면 물 한 동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을 만나리니 그의 들어가는 집으로 따라 들어가서 그 집 주인에게 이르되, 선생님이 네게 하는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먹을 객실이 어디 있느뇨? 하시더라 하라. 
그리하면 저가 자리를 베푼 큰 다락방을 보이리니 거기서 예비하라 하신대, 저희가 나가 그 하시던 말씀대로 만나 유월절을 예비하느니라.
때가 이르매, 예수께서 사도들과 함께 앉아 … 떡을 가져 사례하시고 떼어 저희에게 주시며 가라사대,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 너희가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저녁 먹은 후에 잔도 이와 같이 하여 가라사대,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니 곧 너희를 위하여 붓는 것이라. (1~20절)

그러나 누가복음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마태복음에는 물 한 동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을 따라 갔다는 비밀스러운 설명은 없다. 
떡을 나누어 먹었다는 내용만 있다.

‘무교절의 첫 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서 가로되 유월절 잡수실 것을 우리가 어디서 예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가라사대 성안 아무에게 가서 이르되, 선생님 말씀이 내 때가 가까웠으니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네 집에서 지키겠다. 하시더라 하라 하신대 제자들이 예수의 시키신 대로 하여 유월절을 예비하였더라. …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을 주시며 가라사대 받아먹으라. 이것이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사례하시고 저희에게 주시며 가라사대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26장17~28절)

하지만, 서기120년경에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요한복음에는 물 한 동이를 가지고 다락방으로 갔다는 비밀스러운 이야기와 떡을 나누어 먹었다는 내용이 없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니, 저녁 먹는 중 예수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맡기신 것과 또 자기가 하나님께로부터 오셨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가실 것을 아시고,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이에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씻기기를 시작하여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니 가로되, 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기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나의 하는 것을 네가 이제는 알지 못하나 이 후에는 알리라.’ (13장1~7절)

이렇게 시작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14장, 15장, 16장, 17장까지 계속되다가 18장에 가서야 겨우 끝이 났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기드론 시내 저편으로 나가시니 거기 동산이 있는데 제자들과 함께 들어가시다.

거기는 예수께서 제자들과 가끔 모이시는 곳이므로 예수를 파는 유다도 그곳을 알더라.(1~2절)



폴란드 작가 헨리크(1846~1916)의 소설 『쿼바디스』는 189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청년이 신앙심이 깊은 미모의 여인과 만나면서 진실한 사랑을 배워가게 된다. 폭군 네로의 횡포 속에서도 기독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많은 이들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치는 베드로와 바울이 등장한다.
네로는 로마 시가지에 불을 지르고, 그리스도인들에게 덮어씌우려고 한다.
대학살이 자행된다. 
콜로세움에서는 결박당한 여주인공을 구하려고 기골이 장대하면서 충성스러운 노예가 사투를 벌려 물소를 죽인다.
관중이 열광한다.
신하들이 네로에게 여주인공을 살려주라고 간청한다.
그 시각, 베드로는 네로의 박해가 두려워서 허둥지둥 도망을 가다가 예수가 다가오는 환상을 보았다.
베드로가 땅에 엎드리면서 라틴어로 ‘쿠오바디스 도미네’ 하면서 물었다.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그러자 예수가 말했다.
“그대가 양떼를 버리려 하니, 내가 다시 십자가에 매달리려고 간다.”
이 말에 감동받은 베드로는 로마로 되돌아가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는다.

소설 속 베드로가 로마에서 죽었다는 이야기는 소설가가 꾸며낸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베드로가 죽었다는 가상의 자리에 교회가 세워지고 순례자들이 찾아가는 명소가 되었다.

폴란드 작가 헨리크는 요한복음13장36절에 있는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 하는 베드로의 말에서 착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예수는 아무 것도 모르고 베다니 사람들을 따라 다락방에 갔다가 불행한 사태를 직감하고 급히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베드로가 뒤따라가면서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 물었던 것이다.

예루살렘에 도착한 예수는 그동안 베다니 사람들의 환대를 받았다. 
숙식도 제공받았다.
예비일 전날에도, 저녁 식사를 대접받기 위하여 무심코 따라갔다가 이단자들의 비밀스러운 행사임을 알고는 깜짝 놀라면서 도망치듯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유월절 음식은 도살한 가축의 고기를 성전 뜰에서 불에 구어 먹어야 한다.
내일이면 번제단에서 가축 도살이 있을 것이고, 일몰과 동시에 유월절 행사를 알리는 나팔소리가 들려오면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준비한 장작으로 도살한 가축을 불에 구워먹기 위하여 화덕에 불을 지필 것이다.
사람들은 하나 같이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들었다. 애급에서 나올 때 모습이 그러했다는 것이다.
달이 중천에 떠오를 때쯤이면 고기는 먹음직스럽게 익고, 사람들은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한다. 그것이 유월절 음식 먹기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가 다락방에 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법자의 동류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었다. 
그래서 감람산을 향해서 급히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고, 베드로가 따라 오면서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 물었다.

감람산은 까마귀 서식지였다.
성전에서 도살한 가축의 내장을 키드론 골짜기로 흘려보내면 까마귀들이 먹어 치우고는 가까운 감람산 숲으로 갔다. 
밤이면 나뭇가지마다 까마귀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었다.
바닥은 온통 까마귀 배설물로 덮여 있었다.
노숙을 해야 하는 가난한 순례자들조차도 감람산에는 가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떨어지는 까마귀 배설물 때문에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예수는 그곳에 숨어 있다가 가롯인 유다가 원로사제 안나스에게 고자질하면서 붙잡히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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